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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섬 작은 이야기

섬 섬 섬 2008/03/27 22:24
고니가 바다에 앉은 모양 같다 하여 고니섬이라고 불리는 이 곳 곤리. 차 한 대 조차 다닐 수 없는 작은 섬이지만 이곳에는 9명의 아이들이 그들만의 꿈을 키워 가고 있는  작은 아지트가 있다. 그 곳이 세 분의 선생님과 생활하고 있는 곤리분교장이다.

이곳의 아침은 아침 일찍 어장일 나가시는 아버지들의 뱃고동 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로 시작한다.
“현지 언니야, 학교 가자.” 다정스러운 목소리. 이 곳 아이들은 서로 모여 등교한다. 1학년에서부터 6학년까지 6명 그리고 유치원이 없어 청강생으로 다니고 있는 주영이와 태웅이, 재균이 까지. 이렇게 모두 9명이 전교생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재잘거림은 어느 시내 학교보다도 소리 높고 활기차며 힘이 넘친다. 그 속에 그들만의 꿈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이웃으로 선배로 후배로 때로는 가족으로 수년간의 이어진 그들만의 만남. 그래서 형제보다도 더 형제처럼 지내며 생활하고 있다. 같이 공부하고 같이 숙제하고 때로는 같이 자기도 하고 그렇지만 불편해 하는 것 없고 싫어하는 이 없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그들의 일상, 그것이 여기 섬 생활의 일부이며 그들만의 특색이다. 소풍이라도 갈라치면 도시락을 함께 싸 주시는 부모님들. 그래서 아이들의 도시락은 언제나 다른 분교의 아이들보다 푸짐하고 넉넉해서 더욱 즐겁다. 우리 선생님들은 늘 그렇게 챙겨주시는 부모님들이 너무 고맙고 사이좋게 지내 주는 아이들이 한 없이 대견스럽기만 한데 “늘 그래왔는데요.”  이 한마디가 답의 전부이다.

오전 8시 10분, 학교에서의 아이들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선생님보다 먼저 학교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고운반으로 모두들 몰려간다. 책을 읽는 시간이다. 선배들은 후배들이 읽을 책을 골라주기도 하고 책 읽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때로는 재미있는 책을 읽어주기도 하며 책 속에서 그들만의 꿈을 찾는다.

공부시간이 되어 각자의 반으로 출발! 슬기반, 고운반, 햇살반 세 곳에서는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는지 하하 호호 웃음소리가 복도까지 새어 나온다. 그렇지만 곧 이어지는 중간활동 시간과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점심시간이면 다시 한 가족으로 모여 앉아 오순도순. 그렇게 흩어졌다 모였다하며 정을 쌓아가고 있는 곳이 이 곳 고니섬 곤리분교장이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하나됨의 어울림 속에서 자연을 몸에 담으며 자라고 있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다. 그래서 교과시간외의 시간을 활용하여 계절별 활동들을 많이 체험할 수 있다. 봄이면 쑥을 캐고, 진달래를 딴다. 여름이면 고동을 잡고 수영을 하고, 가을이면 억새가 흐드러진 기슭을 마음껏 누빌 수 있다. 겨울엔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고 좋아하는 눈을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섬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겨울바다가 있어 좋다.

지난해 봄, 전복양식장 견학을 핑계 삼아 주희네로 견학을 나섰다. 주희네는 학교가 있는 곳의 반대편이라 산을 넘어가야 한다. 한 줄로 서서 선생님의 앞뒤 경호를 받으며 나선 나들이. 가는 길에는 민들레가 한창이었고 여기저기 구경하는 아이들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한 장의 사진. 그것은 나중에 가물가물할 아이들의 기억을 대신해 남겨 놓는 앨범이다. 아이들에게 여기서 지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아직까진 얼마나 소중한 지 잘 모르겠지만 어른 되면 너무나도 소중할 것들-머릿속에 하나하나 아름답게 새겨져 있기를 바랄뿐이다.

지금도 아이들은 새롭게 단장한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모래성을 쌓고 있다. 물 조리개로 떠 온 물을 모래에 뿌려 모래를 다지고 성을 쌓아 올리고 있다. 조리사님이랑 김주사님은 여기저기 어지른다고 아우성이지만 그 소린 우리 집에서 어머니 아버지가 하시는 사랑의 표현임을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을 보며 미소 지을 수 있고 언젠가 떠나야 할 나보다 더 오래 남아 있을 그들이 이 아름다운 곳을 계속 지켜주기를 바랄뿐이다.

계절이 오고 가면서 2008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 되었고, 이 곳 곤리에도 졸업생인 현지를 대신해서 주희 동생인 주영이가 새로운 입학생으로 자리를 메우게 된다. 이 아이들이 언제나 그들의 눈에 비친 자연의 모습대로 자연을 닮아가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김애랑/2005년 6명의 아이들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곤리뷴교에서 작고도 큰 꿈을 가꾸었다.
지금은 8년 전 첫 발령지였던 유영초등학교에서
37명의 6학년 아이들과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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