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빠지고 복어에 취하라
바다의 땅 2008/03/23 15:58
“단속도 정도껏 해야지 실적 올리려고 무조건 덤비니 도다리 구경조차 힘들다”
읍도의 한 어민이 통영의 제철 음식인 도다리쑥국을 제대로 맛보기 어려운 까닭을 토로한 말이다. 해경은 그렇다 치고 과학수산부의 실적 올리기 식 단속이 심해 읍도 안에서도 도다리 구경이 어렵다는 것이다. 도다리 한 마리 경매가가 2만5천이 넘어 갈 정도니 식당에서도 중국산 도다리를 쓰지 않으면 수진타산이 안 맞기 십상이라는 말이다.
프린지 공연은 어떤 지 알 수 없지만 남망산 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국제음악제 메인 공연 객석에는 타지 사람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향토음식은 충무김밥과 굴, 도다리쑥국 정도일 텐데 통영에는 이것 말고도 통영너물밥(해물비빔밥), 해물뚝배기,시락국, 그리고 복어국이 더 있다.
막 자란 쑥과 살이 오른 도다리가 환상의 하모니를 연주하는 도다리쑥국이 통영의 봄맛을 전하는 것이라면 복어국은 사철음식이라 할 만하다. 지금은 싸고 맛있는 도다리쑥국을 맛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 대신 복어국을 권해본다. 복어는 유월에 많이 잡히긴 하지만 그 맛은 어느 계절이고 다를 게 없이 깊다. 조금 전 늦은 점심으로 복어국을 먹었는데, 혀에 감기는 게 아니라 식도를 타고 속을 흐르는 맛이 그야 말로 시원하다.
통영 여객터미널 앞 서호시장에는 복어국집이 늘렸는 바 황복, 참복, 졸복 등 집집마다 쓰는 복어가 조금씩 다르다. 그중 소문은 부일식당이 가장 많이 났지만 그 골목 어디 식당을 가든 제각각의 맛은 있다. 여행은 소문난 집엘 가보는 것보다 내 입맛에 맞는 집을 찾았을 때 더 값어치를 한다고 여긴다면, 서호시장 복어국 골목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재미를 놓미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사진은 부일식당 맞은 편 풍만복집 앞 풍경이다. 이 집에선 졸복만 쓴다고 하는데, 저녁 손님을 맞을 채비로 바쁘다. 졸복은 사진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자라지 않는다. 그러니 어두육미를 따질 필요가 없이 한 점 안에 복어의 맛이 다 들었는데, 통영식으로 표현하자면 그 씹는 맛은 ‘꼬시고’, 국물 맛은 ‘써언하다’.
일기예보는 빗나갔고, 덕분에 프린지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다. 다만 날이 좀 우중충하긴 하다. 음악에 취하고 날씨에 젖는 오늘 같은 날, 통영국제음악제 풀코스의 저녁은 서호시장 복어국 골목이 ‘딱’이다. 프린지 무대가 있는 강구안에서 걸어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풍만복국: 055-641-60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