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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본 나라들 3

가방 싸기 2006/12/14 12:39
 


컴퓨텍스 타이페이를 취재하기 위해 대만 땅도 밟아봤다. 애초에 계획된 취재가 아닌 데다 때마침 한중수교로 인한 대만과의 수교단절이 시작되던 때여서 전시회 마지막날 티켓을 겨우 쥘 수 있었다. 편집장은 이왕 간 김에 좀 쉬고 오라고 했지만 타이페이는 가고 싶은 데가 딱히 없었다. 그저 타이페이의 공원과 시장을 어슬렁거리다가 밤이 되면 아무 술집에나 들르는 것으로 휴식을 대신했다.

어느 술집에선가는 특정 음악이 나오면 모두가 똑같은 군무, 이를 테면 꼭지점 댄스에다 왈츠를 살짝 묻힌 그런 춤을 추는 것이 그렇게 부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주위에 있는 처음 보는 아무와도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빙글빙글 도는 그런 춤이 우리에게도 있던가. 강강수월래조차도 박제화된 우리의 춤 문화가 아쉽지 않을 수 없었다.

새벽 2시쯤을 넘어가자 이 술집은 가라오케로 둔갑했다. 거기선 귀에 익은 한국노래도 많았다. 이미 낮에 우리로 치면 신촌쯤 되는 곳에서 비보이들이 DJ DOC의 테입을 틀고 춤 연습한 걸 보기도 했고(‘허리케인 박’조차도 따라 부르는 아이들이라니^^), 버스의 등받이에 H.O.T라고 새기곤 하트모양을 두른 것, 클론의 강원래 헤어스타일과 선글라스를 흉내 낸 이도 본 바, 그 바에서 한국노래를 들을 땐 으슥 어깨가 올라가기도 했다.

*타이페이의 칼국수는 돼지기름 국수다.


샌프란시스코엔 세 번을 갔었다. 피천득의 인연을 흉내 내자면 세 번째는 아니 갔으면 샌프란시스코를 좀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2000년에 산호세에서 열린 인텔개발자 포럼에 참석한 뒤 소위 명소라는 데 들러 사진만 찍곤 리오로 향한 게 샌프란시스코와의 첫만남이다. 동행한 스태프와 기자가 슬롯머신을 당기고 싶어 차를 하나 빌리고는 샌프란시스코는 채 1시간도 돌지 않고 고속도로를 타 버린 것이다. 하긴 그 고속도로로 난 옥수수밭의 지평선과 사슴주의를 알리는 표지판, 리오의 네온사인이 참 인상적이기도 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엔비디아의 초청에 휴가를 얹어 갔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다 시애틀로 향한 게 두 번째 일이고, 세 번째는 비록 3일 이긴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만 있다왔다.

*샌프란시스코의 코리안타운에서는 싸울 때 ‘C발놈’이라고 소리친다.



샌프란시스코의 첫 번째 방문 때, 그러니까 리오를 다녀와서 곧장 벤쿠버로 향했다. 일본에서 숙식을 도와주던 그 친구가 이번엔 벤쿠버에 있었기 때문이다. 벤쿠버는 도시 자체가 휴양지처럼 아늑했다. 모래사장을 낀 바닷가, 한 아름이 아니라 두 아름에도 다 안을 수 없을 만큼 굵고 높은 나무들의 그늘이 시원한 공원, 잘 정돈된 도로들...

프랑스에도 그렇긴 했지만 여기선 해변의 벤치에서조차도 맥주를 마실 수 없고(마트에서도 맥주조차 살 수 없다. 무알콜 빼고), 바에서도 바깥 흡연실이 아니면 담배(담배값도 캐나다 중 최고로 비싸다)를 필 수 없었다. 나이트클럽조차 금연이라니 그 규칙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잘 지켜지고 있어 적잖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만큼의 노력이 상쾌한 도시를 만들고 있다는 데에는 토를 달고 싶지가 않았다.

역시나 나의 여행은 도시를 걷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곤 부두가에 앉아 넋을 놓고 있다, 거기 바에서 직접 만들었다는 맥주를 들이키고 싶어, 거기서 꽤나 알아준다는 연어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빠져든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을 정도로 맥주와 연어스테이크는 감탄스런 맛을 냈다. 친구네 집에서도 연어스테이크 요리에 도전해 성공을 했던바, 귀국길엔 공항에서 훈제 연어를 사들고 왔고, 지금도 연어를 좋아라 한다. 거기선 없는 연어회까지!

*벤쿠버의 도로에선 무조건 사람이 먼저다. 심지어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도! 차 먼저 지나가라고 손짓하면 운전자가 되려 화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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