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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기행 4-탈 것들

가방 싸기 2006/10/25 10:15

태국에서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 이것이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더 활짝 웃어주어서 찍는 쪽에서도 아주 기분이 좋았다. 하긴 태국 사람들은 카메라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편이기도 하다. 되려 찍히고 싶어하는 눈치다. 방콕 시내에서 본 누나들만 해도 외국 관광객의 디카에 찍힌 것을 바로 확인하면서 눈화장을 새로 하거나  머리를 다시 만지고 몇 번이나 찍어 달라고 보채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고 사진을 건네받을 메일 주소를 적어주거나 하지도 않는다. 이왕 찍히는 거 예쁘게 찍히고 싶은 것일 수도 있으리라.


어쨌거나 이 사진을 보고 있자면 아주 잠시라도 덕분에 온가족이 한번 웃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지금도 슬쩍 내 입꼬리가 올라간다. 마이클이 맛사지를 받는 사이 반페의 부둣가를 홀로 돌았던바, 이 리어카 붙은 오토바이가 짐 운반용으로, 음료 배달용으로, 간이 식당으로도 역할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형제나 부자 또는 모자가 함께 타고 가는 모습이 아버지의 자전거 뒤에 올랐던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해 꼭 사진에 담고 싶었지만 내 욕심을 차리려고 달리는 오토바이를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던 차에 마치 정차해 있던 이 가족을 만난 것이다. 정겨운 마음에 뭐라도 하나 건네고 싶었지만, 이럴 때 쓰려고 한국서 챙겨간 기념품은 하필 현지 여행사 사무실에 맡겨둔 상태라 아쉬움이 적잖았다. 건넸더라면 그걸 보고 한번 더 웃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ZOOM
방콕에서는 ‘툭툭’이라고 하는 삼륜차를 여러 번 탔었다. 처음엔 방콕에 도착하자마자 여행 가방을 들고 책까지 펼쳐 보이며 흥정을 했으니 당연 바가지를 썼었다. 아니, 처음엔 그게 바가지인 줄도 몰랐다. 나중에 다른 툭툭을 타보니 속았었구나 싶어 그 다음부턴 출발 전에 반드시 돈부터 따졌다. 마이클이 얼마냐고 물어봐 운전수가 대꾸하면 내가 나서서 얼마 아니면 안 탄다고 고개를 절래 흔드는 식이었다. 그러다보니 요령이 자꾸 생겨서 제일 마지막으로 탔을 땐 태국 현지인보다도 싸게 이용하기도 했다. 흥정에 흥정 끝에 타고 와 보니 우리가 제시한 금액이 거리에 비해 너무 야박했단 생각이 들어 웃돈을 얹어주는 해프닝까지 겪었다. 흥정을 먼저 한 건 돈이 아까운 것보다, 속는 게 싫었던 탓이 컸겠다.

툭툭은 제법 운치가 있다. 차가 막힌다 싶으면 좁은 길도 가로질러 가니 낯선 이방인으로서는 보기 어려운 골목 풍경, 시장 풍경도 덤으로 즐기게 되고, 거기서도 막힌다 싶으면 잠시 내려 얼른 사진을 찍고 다시 타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장거리 이동용으로는 알맞지가 않다. 반동이 심한 데다, 좀 큰 도로라도 달릴랍시면 앞차의 매연을 고스란히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에는 없지만 오토바이도 툭툭처럼 택시 영업을 한다. 말하자면 사람을 태우는 퀵서비스다.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던 우리는 얼떨결에 운전수들의 제의를 받고 재미삼아 딱 한 번 탔었다. 손님용 헬멧을 갖추지 않고 워낙에 곡예를 부리니 적잖이 긴장도 되었지만 목적지로 가는 가장 빠른 수단이긴 했다.


리어카 오토바이든 툭툭이든 오토바이 택시든 오픈카가 성업 중인 것은 겨울이 없는 태국의 날씨 탓이 크겠다. 셋 중에서도 리어카 오토바이로 코스모스 길 따라 느리게 가보는 가을 여행을 한번 해보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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